사회일반

점심시간에 문 닫은 주민센터... '밥 먹을 권리' vs '세금 낭비' 격돌

기사입력 2025-03-26 11:27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온전히 식사하고 휴식할 수 있는 '점심시간 휴무제'가 전국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되면서 찬반 논쟁이 뜨겁다. 이 제도는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 민원인을 상대하는 공무원들이 교대근무 없이 일괄적으로 휴무하는 방식이다. 2017년 경남 고성군에서 처음 도입된 이후 현재 전국 100여 개 지자체가 시행 중이다.

 

대구에서는 지난해 12월부터 달서구와 중구의 일부 행정복지센터에서 시범 운영을 시작했고, 이후 수성구, 남구, 달성군도 가세했다. 당초 2023년 시행 예정이었으나 홍준표 대구시장이 "공무원은 시민을 위해 일하는 조직"이라며 반대해 미뤄졌다. 대구 구청장군수협의회는 26일 확대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며, 공무원 노조는 이날 회의장 앞에서 전면 도입을 요구하는 피켓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법적 제도화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대구 중구의회는 최근 '대구시 중구 민원실 설치 및 운영 관련 조례안'을 가결했다. 이 조례는 민원실 점심시간을 낮 12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하고, 구청장 재량에 따라 1시간 범위 내에서 점심시간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 기초자치단체에서는 북구에 이어 두 번째로 관련 조례가 통과됐다.

 

공무원노조는 점심시간 교대 근무가 오히려 민원 서비스 질 하락의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교대 근무를 하면 점심시간 이후에도 1시간가량 절반만 근무하게 돼 업무 효율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청원경찰이 근무하는 본청과 달리 행정복지센터는 방호에 취약해 직원 안전 문제도 제기된다. 한 구청 공무원은 "악성 민원인이 많은 곳에선 해코지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신규 직원이 많다"며 "민원인의 폭언·폭행이 비일비재하나 인원이 부족한 점심 때는 더욱 즉각 대응이 어려워 직원들이 행정복지센터 근무를 꺼리는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반면 시민들은 '공무원도 사람'이라며 이해하는 반응이 많지만,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구 중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시민은 "웬만한 민원은 인터넷으로 가능하지만 정작 필요할 때 대면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밥 한번 편히 먹지 못하는 상황은 이해한다"면서도 "원만한 민원 처리와 시민 불편 해소를 위한 보완 조치도 논의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지역별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2021년 7월부터 점심시간 휴무제를 시행한 광주광역시 5개 구청은 초기 우려와 달리 큰 혼란 없이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전국공무원노조 광주 동구지부장은 "시민 대다수가 이해해주셨고, 점심시간 민원 수요도 높지 않았다"며 "전 행정복지센터에 무인민원발급기를 설치한 것도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행정 수요가 높은 서울은 도입을 망설이고 있다. 현재 서울시청 민원실은 점심시간 교대 근무를 유지하고 있으며, 일선 자치구도 구체적인 점심시간 휴무제 도입 논의는 거의 없는 상태다. 서울의 한 자치구 관계자는 "도심 내 행정복지센터는 점심이 가장 바쁜 시간"이라며 "서울 특성을 감안하면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고 말했다.

 

점심시간 휴무제는 공무원의 휴식권과 시민의 행정서비스 접근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던진다. 지역별 특성과 민원 수요를 고려한 유연한 접근과 무인민원발급기 확대 등 대체 서비스 강화가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결국 공무원의 노동권과 시민 편의 모두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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