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복귀하면 '배신자'... 돌아가고 싶어도 못 돌아가는 의대생들의 충격 고백
기사입력 2025-03-27 10:56
현재 미복귀 의대생들의 입장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첫째, 정부의 강압적 태도에 굴복할 수 없다는 '강경파', 둘째, 대규모 제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보는 '낙관파', 셋째, 윤석열 대통령 탄핵 결과를 지켜보자는 '관망파', 넷째, 복귀하고 싶지만 동료들의 낙인이 두려운 '체념파'다.
수도권 의대 본과 재학생 ㄱ씨는 "의대 학장들이 학생들을 책임지겠다면서도 제적시켜 편입생을 뽑겠다고 위협한다"며 "전공의 설득이 어려우니 의대생을 집중 공략하는 것으로 보여 굴복하고 싶지 않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해 3월부터 의대 증원 백지화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철회 등을 요구해왔으며, ㄱ씨도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복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제적 시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될 23학번 이하 예과생들도 여전히 버티고 있다. 이들은 제적될 경우 재입학이 쉽지 않고, 편입생으로 충원되면 돌아올 자리가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알면서도 집단행동을 유지하고 있다. 비수도권 의대 24학번 ㄴ씨는 "제적 경고가 실제 위협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한 학교라도 제적을 당하면 전국 의대가 연대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휴학계 반려가 정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송에서도 불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의 이정민 변호사는 "수업 일수를 채우지 못할 경우 제적한다는 학칙은 전체 학과에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의대생만 예외로 해달라는 주장을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반박했다.

의대생들은 자신들의 특수성도 강조했다. 비수도권 의대 신입생 ㄷ씨는 "대규모로 제적시키면 본과 2~4학년도 빠지는데, 본과 1학년부터 시작하는 편입생으로 이를 채울 수 있겠냐"며 "몇 년간 의사도 배출되지 않을 텐데 누가 이런 상황을 책임지고 제적시킬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이미 1년 이상의 집단 휴학으로 약 3천 명의 의사가 올해 배출되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2000년 의약분업, 2020년 의대 증원 등에 반발한 의사 집단행동에 정부가 번번이 물러선 경험도 의대생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있다. 2020년 당시 동맹휴학을 벌이며 의사 국가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들은 이후 재응시 기회를 얻어낸 바 있다.
현 정권의 불안정성을 이유로 복귀를 미루자는 의견도 있었다. ㄱ씨는 "탄핵 결과를 지켜볼 수 있도록 시간을 더 달라는 것이 학생들의 입장"이라고 했으며, ㄴ씨는 "정권이 바뀐다면 책임질 주체가 바뀔 것이고 우리가 우위에서 협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복귀 의사는 있지만 동료들의 시선이 두려워 발을 돌리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수도권 의대 신입생 ㄹ씨는 "정말 돌아가고 싶지만 복귀는 배신자로 찍히는 분위기"라며 건국대 의대에서 '복귀자를 동료로 간주하지 않겠다'는 성명서가 나오는 등 주변 환경으로 위축됐다고 토로했다. 그는 "동기들은 게임을 하고 유튜브만 보며 무기력하게 지낸다"며 "우리의 시간을 희생하면서 선배 의사가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억울함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대 의대 전 학생 대표 5명은 지난 25일 공개 서한을 통해 "서로를 감시하고 비난하는 것은 이 사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불필요한 시선 없이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자유를 충분히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27일 서울대와 부산·경상국립·영남대 의대 등이 등록을 마감하며, 28일에는 경희·인하·충남·강원·가톨릭·전북대 의대 등이 마감일을 맞는다. 대부분 학교가 이달 말까지 등록을 마무리할 계획이다.